일상의 팡세/회상노트

[1년 결산일기] 2012년도를 돌아보면서

TimY & 2012. 12. 30. 20:48

2008년부터 써왔던 한 해에 대한 반성과 다짐의 시간.

어디선가 봤는데 삼성 이건희 회장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일정표를 다시 살펴보면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내가 이건희 회장을 따라한건 물론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습관을 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다. :D


이번 2012년 한 해의 총평은 나와 같은 식으로 군인과 민간인의 삶을 살았던 주찬이형의 댓글을 그대로 차용하고자 한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같은 삶'이다. (ㅋㅋㅋ)


처음 이 댓글을 보고 빵 터졌었는데, 다시 보니 재밌게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평인 것 같아 써먹기로 했다.

나는 거꾸로 2012년의 삶을 후라이드 반, 양념 반 같은 삶이라고 평하고자 한다.


군인으로서의 삶은 어떻게 보면 후라이드 닭가슴살 같이 (????) 무미건조하고 퍽퍽했던 삶이었고, 전역 이후 다시 캠퍼스로 돌아온 이후의 삶은 양념으로 새 옷 입은 삶(?)이라고 해야하나. 이렇게 쓰니 좀 웃기지만 아무튼 그렇다. 뭐 그래도 둘 다 맛있는 것처럼 두 삶 모두 내게 의미있고 감사했던 삶이었다.



1. 군인으로 보낸 6개월 (후라이드 반)


군인으로 보냈던 6개월은 전역하며 썼던 글에도 있어서 굳이 자세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지만,

전역했을 때의 그 구름 위를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다시 한 번 재평가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선 1월부터 6월까지 매 달 휴가를 나갔다. 달마다 휴가를 나가면서 어쩌면 군기가 많이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부산스럽게 전역을 준비하려 했지만 실상 제대로 한 건 별로 없는 듯하다.


12월에 군종병 집체교육과 성탄예배를 섬기면서 잠시 회복되었던 나의 영적 상태는 다시 2~3월 되고 전역 이후의 삶과 CCC에 대한 고민에 어지러워졌고, 내 입에서는 여느 말년 병장들과 마찬가지로 '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와 '군 생활 X 같네'와 같은 더러운 말들로 가득했다. 군종병 생활도 지겨워져서 훈련병 예배도 대충 섬기고 내려오고... 부끄러운 시간들이다. 처음엔 일부러 내가 CCC인 것을 많이 드러내고 군종마크를 달면서 내 스스로 그리스도인으로써 부대 안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기로 다짐했건만, 오히려 내 죄인된 모습만 낱낱이 발견하기만 하였다. 


더 쓰면 부정적인 생각들만 가득할 것 같아서 군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회상과 반성은 전역사에서 그치는 걸로!



2. 복학생으로 보낸 6개월 (양념 반)


6월 16일에 그렇게 꿈에 그리고 꿈에 그리던 전역을 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2년 CCC 여름수련회에 가게 되었다.

이 수련회는 사실 정말 앞으로 복학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주님께 이 공동체에 대한 부르심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결심한 시간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주님께서는 날 돌이키게 하셨다. :D


전역하고 열심히 살고 싶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도 해보려고 영월 군청 아르바이트도 신청해서 무리하게 수련회장과 고향집을 왔다갔다하는 강행군까지 펼쳤지만 결국 떨어졌다. 어떻게 보면 잘 된 걸지도 모르겠다. 


수련회 거의 마지막 집회 때가 되서야 대표단 총무에 대한 다시 한 번의 섬김, 공동체에 대한 마음의 회복, 군 생활 동안 무너져있던 주님과의 관계에 대한 회복과 회개, 2학기 거취에 대한 구체적인 결심들을 내리게 되었다. 아마 마지막까지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학기 학업과 사역을 병행하면서 힘이 들 때, 가끔 '만약'을 가정해보며 그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결론은 '그래도 지금의 삶이 낫다'라는 생각이다. 감사하다.


여름수련회 이후 거지순례 역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전도를 많이 하지 못했지만, 거지아빠 순장으로써 하나님께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길 수 밖에 없는 그 마음을 알게 하셔서 감사한 시간이었고, 함께 했던 거지 가족 순들도 좋았다. 특히나 재미있었던 것은 거지엄마 순장이었던 현아 순장과 2009년에도 똑같은 지역에 똑같은 거지 순으로 함께 했었다는 사실. 그 땐 소순장과 순원이었는데, 격세지감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거지순례 역시 주님께서 내게 어떤 특별한 의도와 계획이 있으셨다고 생각이 들었다. 





8월에는 대표단 인수인계를 받고 순캠프도 가고,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이 때 사실 고향친구인 인경이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었는데 몸살이 나는 바람에 가지 못했다. 이번 겨울에 가기로 했었는데 부디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길 바랄 뿐이다. 


단기선교로 인하여 캠퍼스 사람들이 많이 없게 되고 나는 윤현이와 함께 캠퍼스 모임 인도를 하게 되었다. 양화진 선교 묘역에 다같이 견학을 가는 거였는데, 전역하고 최초로 지체들을 인도하게 되는 일이라 왕부담스러웠었다. 날이 너무 더워서 걱정했는데 결국 두 자매 순장이 쓰러지는 바람에 나는 멘붕에 빠졌다. 예비역 순장으로써 능수능란하게 이런 일들에 대처하고 싶었는데 혼자 어버버했다. 아마 제정우 순장님이 없었으면 ... 상상하기도 싫다.


LTI도 다녀오고 대표단으로 정식으로 임명받게 되면서 CCC에서의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사랑방에도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이전에 사랑방에서 살던 것과는 달리 학업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었기에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었는데, 확실히 강원학사에서 살았던 것보다는 좋았다! 가끔 개인 시간이 너무 없는 것 같아 괴롭기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 곳에서의 훈련은 나에게 너무나 귀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복학생으로 살았던 3학년 2학기. 무리하게 결정한 월반복학이었다. 여기에는 기영이형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지금와서 돌이켜봤을 때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원래 계획대로 휴학했었다면 나는 또 게으르게 이 시간들을 보내고 말았을 것이다. 오히려 복학함으로써 캠퍼스 생활에 더 잘 적응하게 된 것 같아 감사했다.


이번 학기에는 또 특별히 한밀레 활동을 하게 되었다. '한밀레'는 한양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인데, 주찬이형의 추천을 받아서 하게 되었다. 솔직히 이걸 처음 하게 된 계기는 여기서 인맥(?) 좀 넓혀보자는 불순한 의도였다. 그런 나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서 뒤통수를 치시듯이 내게 배정된 멘티는 Guillaume이라는 프랑스에서 온 쾌남형 친구와 Kees라는 네덜란드 친구였다. 둘 다 남자였다(흑). 뭐 이래저래 바빠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부디 두 친구가 한국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아, 둘 다 돌아갔겠구나... 내가 조금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팀원들하고도 제대로 친해지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그래도 이걸 하게 되면서 내가 우리나라에 대해서 아직 많이 모른다는 점, 내 영어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거지순례 때 Gina랑 Audrey랑 이야기할 때는 잘 되었는데 왜 그랬을까.. ㅠ_ㅡ



3. 강의에 대한 총평, 월반복학의 어려움


이번 학기 단순히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았던 것 뿐만 아니라, 학업의 내용 또한 정말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품질경영이었다. 정말 기대안하던 강의였고 중간고사 때까지만 하더라도 지루했었는데, 막판에 배웠던 통계적 품질관리와 TPS 등등 구체적인 내용들을 배우면서 중간고사 때까지 배웠던 것들과 연결이 되니 새롭게 보이게 되었다. 특히, 이 강의를 통해서 그 동안 경영학이 뜬구름잡는 것 같다고 느꼈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가 뭣모르는 1~2학년일 때 적당적당히 좋은 말 끼워놓은 것 같은 그 모든 것들이 경영자들과 학자들의 깊은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것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경영학을 대하는 나의 자세도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홍성태 교수님의 소비자행동론은 강의는 너무나 좋았지만 나로 하여금 마케팅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였다.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고 그 욕구를 이용한 마케팅 활동이 과연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선한가? 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어 몰입이 되지 않았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근영 순장님과도 이야기하고 내 스스로 다시 생각해보면서 바꾸기로 하였다. 하지만 내가 분별력있게 잘 구분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중간고사 때는 이래저래 번민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결과는 좋았고, 기말고사는 어려움 없이 열심히 공부했는데 시험에서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는 수 밖에 없다. 

팀 프로젝트는 몇 과목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5개의 팀 프로젝트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 아무리 걱정해도 될 일은 어떻게든 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제일 만족스러웠던 팀은 전략경영론 3조! 처음에는 조장이라는 부담감과 이야기가 잘 안나오는 것 같아 어려웠는데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아웃풋을 내주었던 우리 팀. 교수님과도 만남을 가지고 중국인 유학생 학우들도 잘 참여해주어서 좋았다. 권수라 교수님은 기독경영캠프 때 뵈었던 분이어서 특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명우 교수님의 CEO 특강도 P/F인 것도 좋았지만 정말 다양한 연사분들이 오셔서 강의해주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몇 몇 개념없는 학우들 -_- 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제발 강의 중엔 왔다갔다 하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쉽게 뵐 수 없는 분들이어서 귀한 시간이었다.



4. 2학기에 세운 비전과 목표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


복학 첫 학기를 맞이하면서 내가 세웠던 이번 3학년 2학기에 대한 비전은 바로 "하나님과 사람 앞에 중심이 바로 잡혀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순장의 삶"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으로 아침모임 사수, QT와 기도, 아침모임 후 하루 계획의 우선순위를 세우기라는 플랜들을 마련했었다.

아침모임 사수는 중간고사 전까지는 완벽했다. 캠퍼스 개근상도 받게 되었고, 꼬박꼬박 일어나 QT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고사 기간 이후 무너져버렸다. 매 년 사랑방에서 그래왔었는데,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다행히 QT를 놓치지는 않았다. QT책을 이렇게 빠짐없이 적었던 적이 없었는데, 말씀 묵상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시고 이것을 사수하게 해주신 것은 감사한 일이다. 다만 하루하루에 대한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것은 실패했다. 우선은 Tool이 잘못되었다. 새로 만든 일정관리 계획표는 겉멋만 잔뜩 들여놓고 실제로는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다. 내년에는 허세부리지 말고 플래너로 간소하게 해야겠다.


2학기에 새로운 순원을 낳고자 했지만 그것 또한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감사하게 민하를 연결시켜 주셔서 민하와 관계를 지속해왔지만, 당장 무언가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욕심부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앞으로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순모임도 회복하고 하나님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결국 2013년에 신입생 사역에 전력을 다해서 새로운 순원을 낳고자 해야할 것이다. 이번 금식 수련회 때 기도제목 중 하나가 5명의 순원을 낳는 것이고 그 중에 3명을 태신자 순원으로 낳는 것이다. 이 순원들 모두 하나님을 알아가는 기쁨이 있는 순원이었으면 좋겠고, 하나님께서 이 친구들을 변화시켜 주시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5명의 순원들이 모두는 아니더라도 경영대 순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같은 비전을 가지고 진지하게 '기업'과 '경영'에 대한 하나님의 뜻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순모임을 기대하고 있다.


2012년은 많은 기대와 패기를 가지고 시작했던 한 해였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해 동안 나를 이렇게 이끌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나의 부족함을 다시 알게 되고, 그래도 정말 감사한 것 한 가지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한 해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제 2013년은 완전히 학생으로 살아가는 시간이고, 또한 4학년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취업도 생각해야하고 정말 사회에서 쓰임받는 인재가 되기 위한 성장의 시간이 되어야할텐데, 아직은 부족한 것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다. 하지만 누가 처음부터 완벽한 스펙과 영성을 타고났겠는가. 이번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그 제목을 "Rome was not built in a day"라고 정했다. 2013년은 조금씩 조금씩 나를 완성시켜가는 주님을 더욱 기대하면서, 전문성과 영성을 모두 갖춘 한 층 성숙한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자. 





Good bye, 2012.

Welcome, 2013.